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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시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해법
등록일 : 2013-04-05
조회수 : 5,851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자정이 넘은 새벽까지 학교 도서관과 실험실에서 눈을 비벼 가며 책, 실험 장비와 씨름하고 있는 청춘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밤을 잊고 매진하고 있다. ‘행복=일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새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한 점은 대학인으로서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들의 평균 고용률이 72% 정도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고용률은 OECD 기준으로 현재 64% 정도다.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 개를 늘려야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전망한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 전망은 연도별로 2.8%에서 4.0% 수준이다. 학자들은 기존의 성장정책만으로는 5년 동안 126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목표보다 112만 개 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고용률 70% 달성은 고용탄성치가 과거 가장 낙관적이었던 시절보다 두 배 가까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이는 경제·산업·금용·조세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과감히 바꾸겠다는 소위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정책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 창조경제에 더하여 경영계와 노동계, 대기업과 협력업체,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 간에 과감한 자기 양보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를 해법으로 제시해보고 싶다.

 첫째, 대기업의 경영 성과가 직접 납품받는 1차 협력업체를 넘어 과감히 2, 3차 협력업체로 전달되어 그 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활용돼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도 소위 괜찮은 일자리가 될 수 있게 돼 고교 졸업 후 선 취업하고 일하면서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우리 청년고용의 구조적인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둘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왜 대기업들이 직접 채용 대신 하도급·파견 등을 선호하는지 냉철히 살펴 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 기간제·파견근로자의 낮은 무기계약직 전환율, 직무 고려가 약한 단일 호봉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평균임금·통상임금 대상의 확대 판결 등 기업들이 직접 채용하는 데 두려워하는 제도·관행을 고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셋째, 괜찮은 여성 파트타임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많아져야 한다. 지속적인 일자리 하나에 두 명의 여성이 파트타임으로 교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무 형태의 과감한 변화, 일자리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택배·퀵서비스·대리기사 등 국민 생활의 편리를 위해 종사하는 분들도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4대 보험 지원 수혜 체계 마련 등 정책적 배려와 함께 약간의 요금 인상을 국민 모두가 수용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은 불가능하지 않다. 네덜란드는 90년대 후반 노사정 대타협으로 5~6년 동안 약 6%의 일자리를 늘려 70%에 도달하였고, 독일은 2003년 하르츠개혁을 통해 6년 동안 5% 이상 고용률을 늘려 70%를 넘게 된 바 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경제주체들이 더 큰 국민 행복을 위해 과감히 양보했다는 점이다. 조만간 노사정 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기존에는 각 주체가 상대방에게 요구사항을 제시한 후 조정·협의하는 방식을 써왔다. 앞으로는 노사정이 방법을 180도 바꿔 각자 먼저 양보할 사항을 제시한 후 협의를 진행하면 좋겠다. 새벽까지 학교에서 고생하는 저 청춘들이 일자리 걱정 없이 행복한 사회생활을 꿈꿀 수 있고, 나 같은 중장년층도 65세까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면 지금의 양보는 해볼 만한 장사가 아니겠는가.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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