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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데만 치중하는 삶, 의미가 있나요?”
코리아텍 휴먼아카데미 김연수 작가 ‘보이지 않는 길로 걷기’ 강연
등록일 : 2017-10-10
조회수 : 9,225


지난 9월 27일(수) 다산홀에서 열린 제85회 휴먼 아카데미에서 김연수 작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대안 찾기” 라는 주제로 강좌를 진행했다.

김 작가는 먼저 우리가 모두 효율적으로 죽게 돼 있다면 그에 따른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작가는 미국 UC버클리에서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시절, 종종 시간을 보냈던 유칼립투스 숲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유칼립투스 숲은 1882년 운동장 트랙에 뿌린 재를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된 작은 숲인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숲이 되었다고 한다.

김 작가가 레지던스 생활을 했던 시절에는 한창 학생운동이 격렬했었다고. 하지만 그 당시 학생들의 고민들은 지금의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비싼 학비에다가 치열한 경쟁, 해결되지 않는 이성 문제까지…. 시대가 변하고 학생들도 변했지만 학생들은 늘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유칼립투스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고 했다. 숲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갓 스무 해 정도를 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 작가 역시 그 숲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숲을 조성한 사람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랑한 가족도, 증오한 적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누군가만을 생각하며 살았을 테지만, 온 세상을 뒤진다고 해도 그 시절의 사람을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즉, 백 년만이면 모두 세상에서 사라지니 인간은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우리의 고민은 대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질문을 품고 유칼립투스 숲으로 가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숲에서 듣는 대답이란, 먹고 사는 것에만 치중한 끝에 우리가 죽음에 이른다면 그건 완벽한 실패이며 이는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젊은 날, 이런 숲을 만난 건 행운이라 말했다. 김 작가는 UC버클리에서 이색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취직을 거부하며 적게 벌며 더 많은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었고, 박사과정까지 마친 뒤 시인이 되려 목수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그와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만약 어떤 마을에 다리를 놓아달라고 매년 한 명씩 자살 한다고 해도 건설비용보다 자살자 처리비용이 싸면 그대로 두는 게 경제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역시 하나의 답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위는 적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행동했다면 사람들은 죽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거기 그렇게 서있는 것처럼 누군가는 그런 이유로 이 세상을, 이 삶을 걷고 있다고 하며 강연을 마쳤다. 




취재. 박유진 제9기 재학생 홍보대사(메카트로닉스공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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