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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실기 50·이론 50 교육 … 기업서 당장 쓸 수 있는 인재 키워”
[대학, 특성화가 살 길이다]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등록일 : 2009-07-16
조회수 : 7,596







KTX 천안·아산역에서 자동차로 20㎞쯤 달리자 캠퍼스가 나타났다. 병천순대와 아우네 장터로 유명한 마을 부근에 있는 대학은 건물 높이가 대부분 3층이어서 연구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1992년 개교한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한국기술교육대학교다. 4년제 공학계열 특성화 대학으로 한 해 입학생이 940여 명에 불과하지만 졸업 때는 실력이 탄탄해 기업체가 서로 데려가려 할 정도다. 전운기(55·사진) 총장은 14일 “4년간 실기와 이론을 50 대 50으로 가르쳐 다른 대학과 차별화를 하고 있다”며 “취업률이 매년 90%를 넘어 전국 대학 중 1위”라고 말했다. 전 총장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등 융합전공의 경쟁력을 키워 공학 대학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만난 사람=양영유 교육데스크

-캠퍼스를 둘러보니 깔끔하다. 어떤 대학인가 .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는 한국의 기술 교육을 담당할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전교생은 학부생 3800명과 대학원생 600명을 합쳐 4400명이다. 기계정보·메카트로닉스·정보기술공학부 등 6개 학부와 디자인·응용화학·신소재공학과 등 3개 학과가 있다. 전공은 20개로 문과 계열은 산업경영학부가 유일하다.”

-학교가 내세우는 대표 브랜드가 뭔가.

“학문의 융합, 즉 컨버전스다. 메카트로닉스공학부의 경우 기계·전자·제어 분야를 모두 배운다. 디자인 전공도 다른 학교는 디자인학과지만 우리는 디자인공학과다. 디자인과 공학이 합쳐져 기계 전공 교수도 배치돼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 때 기계정보공학부와 디자인공학과 학생이 동시에 참여한다. 야간에 실습실에 가보면 전공이 다른 학생이 팀 프로젝트를 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경제난에도 졸업생 취업률이 90%를 넘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했다.

“올해 605명의 졸업생 중 92%가 취업했다. 삼성·현대·한전 등 대기업과 공기업에 36%, 중견기업에 45%가 들어갔다. 정규직은 70%다. 한기대는 실력으로 승부한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샀는데 좋으면 계속 사서 쓰게 된다. 우리 학생을 써본 회사도 같다.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아 안 써본 곳은 채용을 안 하지만 써본 회사는 계속 뽑는다. 학교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초청해 수시로 취업설명회를 연다.”

-조그만 대학이 그런 성과를 낸 비결은.

“한기대는 노동부가 출연해 세웠다. 국립은 아니고 KAIST처럼 정부가 지원하는 특성화 대학이다. 사회에 나가 당장 써먹을 수 있게 가르치려면 현장의 기술 흐름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서 커리큘럼에 이론과 실험실습을 50 대 50으로 반영했다. 졸업 필수 학점은 일반 4년제 대학의 130학점보다 20학점 많은 150학점이다. 일반대학은 4년간 수업시간이 2500시간이지만 우리는 4000시간이다. 기숙사는 새벽 2시에 닫고 4시에 연다. 전교생이 교직과목을 필수로 이수해 직업훈련교사 자격증을 딴다. 졸업 작품이 부실하면 졸업을 안 시킨다. 지방대가 평범하게 가르치면 경쟁력이 없지 않겠는가.”

-전체 학점의 절반이 실기라는 것은 특이하다.

“첨단실습장비를 갖춘 70여 개 랩(연구실)을 24시간 개방한다. 실습 과제가 많아 밤샘하는 학생이 허다하다. 학생들은 기술봉사도 한다. 6월 21~24일 충북 청원군에 학생 130명이 찾아가 농민들의 경운기와 이양기를 고쳐주고, 오래된 가옥 배선도 손봐줬다.”

-취업률 외에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가 있는가.

“경연대회 수상 실적을 보면 된다. 전국 대학생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회 3회 우승, 국제로봇콘테스트 휴머노이드 부문 2년 연속 대상, 2006~2008년 코리아 로보콘대회 우승 등이다. 쟁쟁한 대학과 경쟁해서 거둔 성과다.”

-취업교육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대학 본연의 모습을 잃을 수 있다.

“그런 지적이 있어 보완 중이다. 우선 40여 개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 ‘휴먼아카데미’라는 인문사회 강연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유명 인사의 특강이다. 인문학 소양을 심어줄 강좌를 계속 개발하겠다.”

-등록금과 장학금 수준은 어떤가.

“등록금은 일반 사립대의 절반 정도다. 장학금 수혜율은 77%, 기숙사 수용률은 70%다. 1학년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 한 동은 아예 ‘국제학사’로 지정해 영어만 사용하도록 했다.”

-신입생은 어떻게 선발하나.

“수시 55%, 정시 45%로 뽑는다. 수시 때는 전문고생 100명을 별도 선발하고, 인문고생은 내신과 심층면접을 본다. 정시는 수능 위주로 선발한다. 입시 경쟁률은 평균 5대 1이고, 학생 충원율은 100%다.”

-교수 채용 조건이 까다롭고 평가도 깐깐하다고 들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만 채용한다. 실무 경험이 없으면 어떻게 공학계열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교수 평가는 전체 152명을 S·A·B·C·D 5등급으로 분류한다.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호봉 승급이 정지된다. 올해는 D등급이 네 명 나왔다.”

-교수와 실습보조 전문인력 운영이 특이하다.

“교수가 3년 이상 근무하면 6개월간 현장에 보낸다. 현장 밀착 교육을 위한 ‘교수 현장연구학기제’로 전공 분야의 기술과 정보를 배워오도록 하는 제도다. 학교 랩실에는 기술연구원이라는 실습보조 전문인력이 학부마다 2~3명씩 30명 있다. 단순 보조가 아니라 석·박사급 전문가다.”

-국제화 수준이 궁금하다. 지방대는 특히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취약하다. 152명의 교수 중 외국인 정교수가 한 명도 없다. 부산대 김인세 총장도 언급했지만 지방대는 외국인 교수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노동부 지원을 받아 거저 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오히려 지도·감독 기관이 많아 자율운영에 제한이 있다. 역량이 분산된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노하우와 문화가 있어서다. 장비를 다룰 교수와 실습 보조원의 노하우가 없다면 실무형 인재를 어떻게 키우겠는가. 학생들이 새벽까지 공부해 건물에 불이 꺼지지 않는 것도 우리의 경쟁력이다.”

글=양영유 기자, 사진=한국기술교육대 제공

◆한국기술교육대 전운기 총장=1954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행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을 나와 명지대에서 산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행정고시(23회) 출신으로 경인지방노동청장,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8년 8월 총장에 취임해 공학 중심의 대학 모델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학생 식당에서 직접 배식을 담당해 ‘밥 퍼주는 남자’ ‘앞치마 두른 총장’으로 불린다. 색소폰을 연주할 정도로 음악에 일가견이 있으며, 성격은 외유내강형이라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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