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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세계로… 미래로 2012 대학 탐방]취업률 83% 4년제대학 1위, 한국기술교육대
이론-실기 겸비한 인재 키워
등록일 : 2012-11-13
조회수 : 6,612


한국기술교육대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기대는 올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대학취업률에서 82.9%로 전국 4년제 대학 1위에 올랐다. 이런 성과 덕택에 9년 연속 신입생 성적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 제공

중부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충남 천안시 도심에서 15분 거리인 병천면에 한국기술교육대가 자리잡고 있다. 밤이면 학교 주변은 불야성을 이룬다. 최첨단 캠퍼스 건물 곳곳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밤을 새워 연구하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개교 21주년을 맞는 이 학교는 1991년 정부(고용노동부)가 설립했다. 고급기술·기능인력 수요에 맞춘 전문이론과 현장실기 및 학습조직화 능력을 겸비한 인력개발 담당자 및 실천공학기술자,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불과 21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대학은 매년 전국 최상위권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4년제 대학 취업률 조사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성과의 원동력은 캠퍼스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취업률 82.9%, 전국 4년제 대학 1위


한기대는 매년 ‘전국 최상위권 취업률’을 자랑해왔다. 교과부가 올해 8월 23일 전국 대학 취업률(6월 1일 기준) 발표에 따르면 한기대의 2012년 졸업생 취업률은 82.9%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1위다. 졸업자 1000명 미만 대학 ‘라’그룹 1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한기대의 우수한 취업률은 올해만이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2010년에도 81.1%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79.6%로 2위였다.

역사가 짧은 지방 대학의 이런 성과는 ‘현장형 교육’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형우 행정처장은 12일 “이론과 실험 실습을 50 대 50으로 균형 있게 배분하고, 첨단실습장비가 구비된 70여 개의 실험실을 24시간 개방한다”고 밝혔다. 연구 작품을 제작해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하지 못한다. 창의적 설계능력과 현장문제 해결능력을 배양하는 한기대만의 독특한 모델이라는 것.

“한기대 졸업생은 채용 즉시 현장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충남 아산에 있는 국내 대그룹 인사담당자의 얘기다. 이미 실무능력을 갖춘 채 졸업한다는 얘기다.

교수로 채용되려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임용됐다하더라도 3년에 한 학기씩 산업현장에 파견돼 기술 변화를 체험한 뒤 학생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국립대인데도 ‘철밥통 교수’는 없는 셈이다.

한기대의 취업률 1위 비결은 ‘차별화된 취업지원 서비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취업센터에서는 매월 두 차례 대기업 인사부서장을 초청해 취업설명회 및 특강을 한다. 이기권 총장은 “취업률도 높지만, 취업자 10명 가운데 9명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전공일치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 학생 학부모 만족도도 쑥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 캠퍼스 전경. 한국기술교육대 제공

한기대 재학생들은 73%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비용은 3인실 기준으로 학기당 32만 원(2인실 44만 원). 수도권 사립대의 20∼30% 수준이다. 외국인 학생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국제학사는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아파트형 기숙사로 1개 동은 영어전용 기숙사다.

등록금도 공학계열이 학기당 261만 원, 산업경영학부가 182만 원에 불과하다. 반면 장학금 수혜율은 올해 신입생이 56.1%, 재학생이 64.5%다. 신입생 명주석 씨(20·전기전자통신공학부)는 “장학금도 받고 국제학사에서 외국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영어회화도 자연스럽게 배워 갈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대는 75개 외국대학 및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국제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해외취업 촉진을 위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78명의 학생이 독일 루어연구소, 살란트연구소,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폴리테크닉 등에 파견돼 있다. 또 2009년 38개 강좌에 머물던 영어강좌를 지난해 115개로 대폭 늘렸다.

이와 함께 한기대는 학부생의 현장 경험 배양과 취업역량을 늘리기 위해 기업체 우수 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IPP) 제도를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존 기업 인턴 등 단기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고 3, 4학년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기업체에 파견돼 현장실습을 하는 한기대만의 새로운 공학교육모델.

KT중앙연구소에서 IPP를 하고 있는 김지만 씨(22·컴퓨터공학부3)는 “학교에서 이론과 실습을 배운 것과 달리, 기업체에서 실전으로 생생하게 배우고 있다”며 “실무능력을 배워 당장 취업해도 걱정이 없다”고 했다.

○ 신입생 입학성적 9년째 고공행진


한기대의 높은 취업률은 곧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비상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입학성적은 9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대학으로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결과로 그만큼 우수한 인력이 한기대로 몰리고 있다.

한기대의 2012학년도 신입생 정시 수능 평균성적은 백분위 86.2점으로 전국 상위 13.8%이다. 이는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의 입학성적과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한기대의 최근 6년간 상위 수능 평균성적을 보면 2007학년 18.2%에서 △2008학년 18% △2009학년 17.9% △2010학년 16.4% △2011학년 14.4%에 이어 올해에는 13.8%로 해마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각 언론의 평가에서도 교육중심대학 전국 1위(중앙일보 2009∼2011년 3년 연속)를 차지하는 등 ‘취업과 교육이 특성화된 대학’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

한기대는 지난해 11월 개교 20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영문 약칭을 만들었다. 한국(Korea)과 공대(University of Technology)의 영문 단어를 조합한 ‘KOREATECH’(코리아텍)이 그것.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CalTech’과 조지아공대의 ‘GeorgiaTech’과 유사한 것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과대학이라는 고급화된 브랜드 가치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한기대는 1∼2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한글 약칭 대신 ‘KOREATECH’(코리아텍)을 사용할 계획이다.

▼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산업현장서 ‘한기대 출신처럼 하라’는 말 나올것” ▼

“한국기술교육대 학생들을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 9월 취임한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사진)은 12일 이같이 밝히며 ‘한기대 3대 비전’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독보적인 실천공학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 최고의 직업능력개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은 선취업-후학습의 열린 고용을 토대로 하는 ‘국가고용전략 2020’을 선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비전이다.

이 총장의 이런 목표는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내는 등 국내 공학교육과 노동시장을 꿰뚫고 있는 그의 경험에 비춰볼 때 실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통계에서도 나타나듯 국내 4년제 대학 중 한기대는 취업률 최고로 이미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더 나아가 새로운 문제를 미리 예측해내고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고교에서는 ‘한기대를 가라’는 말이, 산업현장에서는 ‘한기대 출신처럼 되어보라’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그는 한기대를 세계 최고의 인적자원개발(HRD)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 총장은 “고숙련사회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 성장의 핵심 과제이며 개개인에게는 취업과 일자리를 찾아가는 필수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재직자 능력개발의 허브인 능력개발교육원 △대-중소기업 상생 및 교육훈련을 주도하는 산학협력단 △노사관계 경쟁력과 근로자 고용 지속성을 동시에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고용노동연수원 등 소속 기관의 역량을 한 차원 더 높일 계획이다.

그는 “기업과 개인의 평생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겠다”며 “한기대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평생직업능력개발역량과 산학협력시스템을 개발도상국가에서 배우러 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밖에도 이 총장은 국립대답게 ‘국가고용전략 2020’을 지원해 청년들의 일자리 걱정을 덜어 주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대학 진학률이 79%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인 난제”라고 진단한 뒤 “특성화 고교생들이 먼저 취업한 뒤 일하면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기대는 7월 특성화고 13곳, 마이스터고 7곳, 기업체 31곳과 ‘다자간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전문기술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공대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인문학 역사 철학 등 분야의 소양을 높이기 위해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고 유능한 강사도 모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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