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철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연구원들이 실리콘 보트 세정작업을 지켜보는 있다.
반도체와 태양전지회사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인 ‘슬러리(Slury)'는 전량 매립되거나 소각돼 왔던 산업 쓰레기에 불과했다.
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공정 중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삭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인데 여기에는 연마재와 냉각유, 미분 등이 뒤엉켜 섞여있다.
이 연마재와 냉각유 등은 100% 일본에서 수입되는 고가의 소재로 한번 사용 후에는 그대로 폐기됐다.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매우 중요한 소재이면서도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쓰레기였다.
한 지방대학의 연구실이 이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내면서 ‘슬러리'는 대박을 안겨주는 ‘황금 자원'이 됐다.
페기물을 정제해 연마재와 냉각유를 다시 분리,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첨단기술이다. 이 기술로 한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학교기업인 (주)에스이텍(대표 장영철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많은 대학들이 산학협력과 창업보육 기능 확대를 위해 ‘캠퍼스 컴퍼니'제도를 도입해 왔으나 대부분이 저가 소비자 위주의 제품생산이라는 제한된 분야에만 치중해온 현실에 비춰볼때 (주)에스이텍의 성공사례는 학교기업의 우수사례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장영철 교수가 주축이 돼 이 대학 졸업생들과 창업한 총 8명 규모의 교내 미니 벤처다.
현재 교내에 600평 규모의 생산형 캠퍼스컴퍼니를 운영 중인데, 슬러리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으로 지난 2006년부터 한해 20억원씩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에는 30억-40억 원의 매출을 무난히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 측은 매출액이 늘면서 해마다 학교 측에 8000만 원씩의 학교 발전기금도 내놓고 있다.
성공한 학교기업이라는 명성을 안겨준 ‘슬러리 재활용 사업'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사업이다.
폐 슬러리를 원재료로 삼기 때문에 원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기술집약형 사업인데다 로열티도 없다. 한마디로 쓰레기 더미에서 황금을 캐내는 셈이다.
이 기술을 이용한 폐 반도체용 슬러리의 재활용률은 85% 이상. 쏠라용은 50%대에 이르는데, 외국회사의 재활용 기술보다 훨씬 회수율이 높다.
재활용된 원재료는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회사인 MEMC Korea에 연간 8억원 규모로 납품되고 있고, 중국 장자강성에 있는 태양광 전지제조회사의 쏠라셀용 웨이퍼 절삭공정에도 재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 CEO 이기도 한 장영철 교수는 "폐 슬러리 리사이클링 사업은 ‘쓰레기더미에서 황금을 캐내는 사업'으로 비유될 만큼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며 환경오염의 원인이 됐던 폐기물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 친화적인 사업"이라며 "우리의 기술력이 인정돼 삼성과 하이닉스 등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와 대만,중국에 공급되는 실리콘 보트 및 부품 세정사업에도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절삭용 냉각오일을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시험을 거치고 있는데 예상한 만큼의 시험성적이 나올 경우 폐슬러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대박행진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독자 개발한 절삭용 냉각오일이 시판될 것이라고 장 교수는 밝혔다.
올 여름에는 모래바람이 거세게 부는 악조건의 환경을 가진 중앙아시아 사막지대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설치한다.
이 시스템은 재활용 슬러리 공정에서 생산된 태양전지 모듈과 독자 개발한 전력시스템을 활용해 악조건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혁신적 시스템으로, 일본의 세계적 전자기업인 샤프전자도 실패했던 프로젝트다.
장 교수는 "앞으로 고부가가치의 실리콘 보트 생산설비 구축 사업과 함께 차세대 쏠라셀 기술로 인정받는 박막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고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