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디자인공학과 93학번 신창범입니다. 이렇게 지면상으로 남아 후배들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따스한 5월 교정의 잔디밭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내 인생을 고민한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올해로 졸업한지가 벌써 12년째가 되네요. 지금의 내 인생이 안정되기까지 많은 변화와 일들이 있었지만 한기대의 추억만큼은 내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 4년간의 한기대 생활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 그 당시는 힘들다고 느꼈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내 젊음에 있어 가장 자유롭던 시간
1993년도, 개교 후 두 번째 입학생의 신분으로 교정을 들어섰습니다. 교정의 나뭇가지는 앙상하였으며 건물 안에서는 페인트 냄새가 아직 스며 있는 터였습니다. 여느 대학 큰 캠퍼스의 들떠있고 시끄러운 분위기 와는 달리 신생학교의 조용하고 차분한 한기대 교정의 분위기에 조금은 당황하기도 하였고 조금은 실망한 면도 있었죠.
하지만, 이런 실망도 잠시였습니다. 우리 교수님은 역사 깊은 여느 대학의 교수님보다 더 큰 열정으로 가득 차 계신 분들이었으니까요. 덕분에 우리들은 신입생들만의 특권인 일탈문화(?)를 즐길 틈도 없이 바로 예비 디자이너로써의 교육과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친구들은 몇 달 동안, 또 어떤 친구들은 몇 년의 기간 동안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기들도 생겼었죠. 휴학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퇴학을 하는 친구들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기들은 프로 디자이너의 모습을 꿈꾸며 밤 늦도록 실습실에 불을 켜 놓았습니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수업이 많다. 과제가 많다. 짬이 너무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이 없다’라고 불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애 둘을 부양하는 입장에서-느끼는 것이지만 그 때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때는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부양가족을 위해 매달 돈을 벌어야 하거나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에도 아이들에게 내 시간을 나누어 줄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대학 생활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 자유의지 하에 이루어짐을 명심 하십시오.
• 삼성에 입사하게 된 과정
; 첫 도전은 실패, 하지만 준비하여 다시 도전
대학 4학년말 나도 다른 동기들처럼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서류심사가 통과되었다고 소식을 들은 것은 단 두 개 회사 뿐 이었죠. 그 중에 한 개 회사는 면접을 보고 떨어졌으며 나머지 한 개 회사는 필기시험만 보고 떨어졌습니다.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교 안에서만 열심히 했지, 세상의 다른 예비 디자이너들과 나를 경쟁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참에 나의 현실을 바로 알게 되었고, 이후 졸업 후 트레이닝(?)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바로 디자인 바닥에서의 실전감각 기르기 라고 할까요.
어쨌거나 졸업 후 첫 직장은 교수님 덕분에 누구나 다 알만한 큰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이 1997년도 대한민국의 IMF 시대 상황이 나 또한 빗겨 가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얼마 일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비운을 맞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곧바로 제품디자인 에이전시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제품디자인 에이전시는 90년대 이후 폼 나게 떠 오르고 있는 직종이었습니다. 나도 그런 겉 모습만 보고 제품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현실은 아주 냉혹했습니다. 누군가 디자이너가 3D 직종이라고 했던 말을 몸 소 느낄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덕분에, 짧은 기간 내 나의 디자인 스킬을 향상 시킬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이 곳에서 좋은 지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의 도움을 받아 대학원에도 진학하였고 UI디자인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실무와 대학원에서 5년 간 나의 역량을 더 키웠을 무렵 다시 삼성전자에서 채용공고가 발표되었습니다. 같은 삼성전자에서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채용 과정이 다를 수 있는데 이번에 채용공고가 발표된 부서는 내가 원한 부서는 아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디자인실에서 근무하고 싶은 내 맘과 달리 채용공고가 난 부서는 수원에 위치하고 있는 연구소였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로써의 더 많은 커리어를 위해서는 수원의 연구소보다는 서울의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리하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디자인경영센터에서는 이번에 채용 기회가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수원 연구소에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내가 원하는 부서의 채용공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삼성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번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이 들기도 하였고요. 그래서 삼성전자 입사를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적을 알아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에 1년 먼저 입사한 후배에게 연락을 하여 삼성 디자인실 내부의 실정을 파악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의 장점을 더 강조하고 단점도 장점화 할 수 있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였습니다. 이윽고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면접을 보았고 면접관들 앞에서 나를 PR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PR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때 면접관 중 한 분이 나를 맘에 들어 하셨고 나를 자기 부서인 디자인경영센터로 끌어가 주셨다. 그런 계기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쭉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
;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빌어 내 디자인을 전 세계에 알린다.
1997년도 졸업 이후 외국계 회사, 제품디자인 에이전시, 그리고 인터넷 벤처회사에서 일하다 5년 후인 2002년도에 이르러서 삼성전자에 선임디자이너로 입사하였고 지금까지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는 삼성전자 책임디자이너라는 명칭이 붙어있습니다.
실무와 대학원에서 UI부분의 경력을 인정받고 입사하였기 때문에 삼성에서도 그 동안 UI관련 업무를 줄 곳 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TV의 OSD개발업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전제품의 사용성평가 업무 그리고 선행 제품들의 UI원형(DSC NV series, Anycall SGH-F500/F500, Yepp YP-T series 등) 개발 업무를 해 왔습니다. 디자인경영센터 라는 조직이 라인업 제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사업부와는 다르게 전사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선행개발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제품개발 경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07년부터는 디자인경영센터 내에 있는 UI연구소라는 조직에서 미래UX요소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삼성전자 선행 제품들의 UI요소들에 대한 기반 연구로 촉각적인 측면, 시각적인 측면, 청각적인 측면의 UX요소들을 연구하고 이를 응용하여 선행제품에 적용하는 일을 하고 있죠. 삼성이라는 큰 회사의 이름을 빌어 내가 만든 제품이 전 세계 사람들의 손에 쥐어져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보람으로 삼아 지금도 열심히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 내 미래에 주춧돌이 될 넓은 시야를 가져라.
올해로 벌써 대학 졸업 후 12년째 사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이룬 것도 많고 아직 이루지 못한 것도 많군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데, 그 중에서 시간이 갈수록 아쉬움의 정도가 계속 커지는 것이 있다. 바로 글로벌 마인드 입니다.
나의 대학시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의 경쟁상대는 같이 수업 받는 네 옆에 동기들이 아니다. 사회 나가면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불과 10년 전의 얘기이지만 10년 만에 세상은 너무 빨리 변했습니다. 지금은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고 보다 세계적인 경험을 한 인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뉴욕의 NYU, 런던의 RCA, 밀라노의 Domus 등 세계적인 학교의 졸업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점점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강국의 디자이너들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즉, 시대가 너무 빨리 변했고 또 계속 변하고 있는 만큼, 여러분들도 이에 대응해야 해야 합니다. 대학 4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짧은 기간이죠. 하지만 대학 기간이 5년이든 6년이든 마찬가지로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짧은 기간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간 동안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냐 입니다.
주저할 것 없이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교환학생으로 가도 좋고, 휴학하고 1년간 일을 하러 가도 좋습니다 아니면 단기 연수나 여행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경비가 없다면 빚을 내서라도 떠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100만원의 경비는 훗날 10억의 연봉으로 보상 받을 것입니다. 떠나는데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그런 것에 시간을 소비하지 마십시오. 첫 번째 준비는 그런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놓은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젊음이란 아주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어떤 낯선 환경일지라도 젊음이란 무기가 여러분을 보다 쉽게 적응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는 여러분들이 어떤 일을 하던지 주춧돌 역할을 하여 더 큰 미래를 건설하는데 기반이 될 것입니다.
/ 신창범 (디자인공학과 93 ·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선임 디자이너)
■ 삼성전자 디자인 조직에 대하여
삼성전자는 크게 두 조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판매하는 사업부 조직과 이들을 지원하는 센터 조직이 있다. 디자이너들도 이 두 조직에 나뉘어 소속되어 있으며 각 조직에 따른 업무를 하고 있다. 각 사업부에 있는 디자이너들은 해당 사업부의 제품-주로 라인업모델과 선행 일부-을 디자인하고 있다. (사업부는 해당 제품그룹별로 나뉘어 있으며, 핸드폰을 개발하는 무선사업부, TV · 모니터를 개발하는 영상사업부, 홈씨어터 · MP3Player · 캠코더 등을 개발하는 DAV사업부, 컴퓨터 사업부, 프린터 사업부, 냉장고•에어컨 등을 개발하는 DA사업부가 있다.)
센터 조직의 디자이너들은 이들을 조력하기 위한 역할로 디자인 기획, 리서치 그리고 선행 모델 디자인 등의 업무를 하고 있으며 여러 해외디자인분소와 연계되어 글로벌 디자인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더불어 디자인멤버쉽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활동을 지원 및 육성하며 이를 통해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을 업무적으로 구분하면, 대부분의 인력이 제품디자이너들이다. 가장 오래 전부터 삼성전자의 디자인실을 지켜 온 디자이너들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인력이 UI디자이너들이다. 최근 10여년 전부터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GUI, PUI, AUI, IA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그 이외에 제품 패키지를 개발하는 패키지 디자이너, 컬러•소재 디자이너, 디자인 기획 및 운영인력들이 있다.
삼성전자에 취업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크게 신입채용부문과 경력채용부문 두 부문으로 구분된다. 신입채용부문은 대졸•대학원졸 인력을 대상으로 채용하는 경우인데, 다른 전공 인력과 다르게 디자인 인력들은 대부분 기 선발된 삼성디자인멤버쉽 인력 중 면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학 때부터 디자인멤버쉽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경력채용부문은 신입채용부문보다 좀 더 폭이 넓은 편이다. 디자인멤버쉽 활동과 무관하며, 타회사에서의 경력을 심사하여 당사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자격이 된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해당 채용부서의 니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그것에 따라서 나를 PR한다면 좀 더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자인 공식 싸이트 www.samsung.com/sec/aboutsamsung/samsungdesign/management/management.html
삼성디자인멤버십 www.samsung.com/sec/aboutsamsung/careers/samsungmembership/design/design.html
삼성전자 채용 싸이트 www.samsungcareers.co.kr |
본 기사는 한기대 신문사 '동문탐방' 코너에 게재된 졸업 동문들의 기고글로써 교우들의 취업성공담, 회사 소개, 후배님들에게 바라는 의견 등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 '동문탐방' 시리즈는 업종별 취업 노하우 공유와 한기대 동문으로서의 소속감 고취를 위해 지속적으로 편성·운영될 예정입니다. 여러 사회분야에서 '자랑스런 한기인'으로 활동 중인 교우님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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