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가 가장 많으니 정비도 당연히 우리가 책임져야죠."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차 정비기술을 가르치는 김부중 한국기술교육대학 연구위원(46). 카이로에서 300여㎞ 북쪽에 위치한 이 항구도시에는 한국 교민조차 드물다. 이곳에서 그는 지난 6개월간 '무하마드 빅' 직원 훈련소와 자신의 자취방만 오가며 지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낸 탓에 검게 그을린 얼굴이 더 까칠해 보인다. 그는 "20여 명의 이집트 훈련생과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자연히 아랍어만 늘었다"며 유창한 '서바이벌 아랍어'솜씨를 자랑했다.
김 위원은 요즘 신이 났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6월 중순 최첨단 자동차 정비교육센터를 이곳에 개원하면서 본격적인 교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교육과 훈련소 설치 작업을 병행하는 강행군을 해 온 끝에 얻은 결실이다. 그는 "1월에 왔을 때 달랑 칠판과 녹슨 부품이 전부인 시설을 보고 황당했었다"며 "앞으로 최첨단 시설에서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돼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대우.쌍용차 8대와 제반 정비훈련 장비도 차례로 한국에서 공수돼 왔다. 컴퓨터 장비도 갖춰진 교육센터의 시설은 이집트에서 최고 수준이어서 요즘은 알렉산드리아 공대에서도 학생들이 실습을 나올 정도다.
김 위원이 이집트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KOICA가 카이로 시내 서민 지역인 슈브라에 자동차 직업훈련원을 개설할 때 교관 교육을 맡아 이집트에 왔다. 셀 수 없이 많은 한국 차가 그곳 시내를 누비는 풍경을 보며 "내가 제대로 왔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현대와 대우가 신차 시장을 각각 30%와 20% 정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차를 제대로 알고 정비하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다. 정비교육 과정은 아예 없었고 시설도 태부족이었다.
지금은 슈브라와 알렉산드리아의 한국차 자동차정비 훈련원은 수강 신청 수가 매년 수백 명이 넘는다. 실업률이 20%가 넘는 이곳에서도 자동차 정비 과정만 이수하면 직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고향이 경남 의령인 김 위원은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자동차 정비 전문가다. 고교 때부터 직업훈련으로 자동차 정비를 시작, 79년 한국기능올림픽에서 1위, 80년 미국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4위에 입상했다. 이집트뿐 아니라 미국에도 파견돼 현지 자동차 정비교관들을 양성했다. 그는 "자동차 생산과 수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산부인과만 있고 소아과가 없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mirseo@joongang.co.kr
[중앙일보] 2006년 07월 19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