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로보파크 특설링. 대학생들이 제작한 로봇의 격투기 경기인 '로보원 그랑프리 2006 대회' 결승전이 한창이다. 한국기술교육대의 격투기 로봇 '이카루스'가 발차기로 광운대 로봇을 쓰러뜨렸다. 휘청하던 상대 로봇은 링 한가운데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100여 명이 넘는 관중의 함성이 터졌다. 이날 경기에서 이카루스는 한국 로봇 격투기 대회 초대 챔피언이 됐다.
이카루스는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학과 4학년 천병식(28)씨 등 5명의 학생에 의해 태어났다. 설계는 물론 부품 제작까지 이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천씨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6개월간 학교 실습실에서 먹고 자고 했다"고 말했다.
24일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 공학관 1층의 한 실습실. 이 대학 기계정보공학과 4학년 윤지현(26)씨 등 학생 8명은 1인승 하이브리드 승용차 제작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윤씨는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으로 7개월간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로봇이나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9월 대학에 졸업작품으로 제출된다. 이 대학에서는 졸업하려면 반드시 졸업 작품을 내야 한다. 이 대학 정병석 총장은 "24시간 실험실습실을 개방하는 등 현장실습 중심 교육이 우리 대학의 특징"이라며 "그 덕분에 지난 11년간 취업률 100%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취업률 100%=올해 2월 졸업생 476명 모두가 4월 말 이전에 취업에 성공했다. 이 중 30% 정도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한국전력.한국철도공사와 같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일자리를 잡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취업 통계에서도 이 대학은 1995년 이후 취업률 100%를 기록 중이다.
이 대학 메카트로닉스학과 4학년 주근민(26)씨는 "졸업 작품을 만들기 위해 3학년부터 실습실에서 살다 보니 취업해서도 타 대학 학생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주씨와 같은 실험실 동료 7명은 9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로보콘(로봇이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을 재는 경기)'의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학생들은 재학 중 반드시 전공과 관련한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는 등 졸업 요건이 까다롭다. 임경화 기획처장은 "타 대학보다 수업시간이 월등히 많고 교육과정의 45%가 실습 위주로 짜여 있다"며 "교수들이 산업체 현장에 나가 연구하는 '교수 현장 연구 학기제'도 학생들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의 핵심은 실무교육=한국기술교육대는 1992년 설립될 때부터 실습 위주의 교육에 힘썼다. 노동부의 출연금으로 대학을 설립한 것도 실무교육 위주의 교육이 가능한 배경이다. 서화일 입학취업처장은 "다른 대학은 연구 중심을 지향한다지만 우리는 철저한 실무교육 중심"이라며 "교수들과 학생 사이에서 실습을 책임지는 전담기술연구원은 다른 대학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21개 학과마다 한 명씩 배치된 전담기술연구원은 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학생의 실습을 도우며 노하우를 전수한다.
전임교수가 163명이나 되는 것도 실무교육이 가능한 요소다. 4학년 전체 학생 수(3600여 명)를 감안해도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2명에 불과하다. 등록금도 국립대 수준으로 저렴하다.
/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