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교육대학교(총장 유길상) 디자인공학과와 DSC(대전세종충남) 공유대학 스마트휴먼인터페이스학과는 지난 7월 4일(목)~7일(일)까지 4일간 서울 여의도 옆 문화공간인 노들섬에서 이색적인 행사를 펼쳤다.
* 스마트휴먼인터페이스학과 : 공학과 디자인 중심의 다학제 융합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핵심 플랫폼인 스마트휴먼인터페이스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로 한기대, 순천향대, 우송대, 공 주재, 배재대 등 8개 대학 일부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충남 천안 캠퍼스 및 DSC 공유대학 4학년 학생들이 6개월간 1명 또는 2명씩 팀을 이뤄 땀 흘리며 만든 졸업연구작품 23점을 이곳에 모두 옮겨 놓고 ‘발아. 도약의 순간’이란 슬로건으로 전시회를 개최한 것. 이 기간 동안 역대 졸업생과 학생 학부모, 타 대학 교수, 기업체 관계자, 디자인 전문가 등 무려 1천여 명이 전시회를 찾았다.
한국기술교육대 8개 학부 졸업연구작품전시회는 매년 교내에서 이틀간 개최하는데, 디자인공학과 및 DSC 공유대학 스마트휴먼인터페이스학과는 지난해부터 교내에 이어 서울에서 2차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성준 디자인공학과 주임교수는 “디자인과 공학이 융합된 졸업연구작품의 우수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감하려 서울 전시회를 진행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더불어 주목할 점은 이번 4일간의 서울전시회 기획을 학생들이 거의 전적으로 도맡아 진행한 것. “100일 전부터 38명의 학생이 ‘서울 졸업작품 전시 준비위원회’를 꾸려 전시회 컨셉과 구성, 배치 등을 준비했습니다.” 위원장을 맡은 강호정(4학년)씨의 말이다.
강씨는 이번 전시회를 ‘발아’로 기획한 점에 대해 “발아는 단순한 생명의 시작을 넘어 가능성과 희망, 무한한 잠재력의 상징”이라며 “4년간 한 곳에서 배우고 성장한 우리의 결실인 졸업작품을 바탕으로 모두 새로운 비상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회 한 켠 ‘발아 프로젝트 공간’에는 38명 학생 전원이 ‘seedkeeper’ 기업에서 제공한 얼룩 강낭콩, 스위트 비질, 안개초 3종류의 씨앗을 100일 전부터 키운 화분을 전시하고, 관람객에 다양한 씨앗을 선물로 제공해 관심을 모았다.
▲ (왼쪽 사진) 한국기술교육대 디자인공학과 및 DSC 공유대학 스마트휴먼인터페이스학과는 최근 서울 노들섬에서‘발아, 도약의 순간’ 이란 슬로건으로 23점의 졸업작품 전시 행사 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 (오른쪽 사진) 이번 서울 전시회를 기획한 김성준 교수, 강호정, 황민성 학생(왼쪽부터)이 38명의 학생들이 100일전부터 심은 화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이번 전시회에는 ‘Mobility’, ‘Care’, ‘Living’ 3개 분야로 나뉘어 이동수단과 환경 및 안전, 라이프 스타일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디자인과 공학을 융합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 작품이 소개됐다.
‘대중교통 연계형 접이식 전동 PM(퍼스널 모빌리티)’(지도교수 정광태)는 신민우·이승은 학생이 대중들이 길거리에서 많이 이용하는 킥보드의 문제점에 착안한 작품이다. 작품 이름은 Human 알파벳 ‘H’와 ‘easy’를 합성한 ‘Heasy’다.
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수요가 급증하며 불법 주차, 안전의식과 운영관리 미흡 등과 더불어 안전사고도 늘고 있고, 모빌리티 관련 민원도 ‘18년 대비 ’22년에 8.4배나 증가했다”면서 “저희가 만든 작품은 사용자가 휴대하기 편리한 접이식 방식으로 설계, 대중교통에 들고 탈 수 있고 손잡이 높이로 안전하게 거치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작품 주제를 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잠금장치부터 주행 기능 구현까지 머리를 싸매며 밤을 새기 일쑤였는데, 교수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작품 완성 후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채연·최혁수 학생의 ‘이안류에 대비한 구조물 부표’(지도교수 윤정식)는 이안류(해안에서 역류하는 파도)에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만든 부표다.
학생들은 “이안류는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고 5분 내로 구조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미국에서도 최근 10년간 이안류 사고는 기후관련 사망자 중 3위”라면서 “개발한 작품은 이안류로 익수한 사람이 부표와 부표 사이에 달린 줄을 잡고 구조버튼을 눌러 신호를 보낸 후, 링을 잡고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게 설계했고, 밤 시간대에도 부표를 찾을 수 있도록 자동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부표의 불빛은 몰입자 원궤도 운동의 차이를 이용, 코일과 자석을 넣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대중교통 연계형 접이식 전동 PM(퍼스널 모빌리티)’를 제작한 신민우·이승은 학생(왼쪽)
‘이안류에 대비한 구조물 부표’를 제작한 박채연·최혁수 학생(오른쪽)
이들은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주제를 선정했다”면서 “단순히 제품 외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닌 공학적 요소를 결합하려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다숲 복원을 돕는 잘피 이식 모빌리티’(지도교수 정주영)는 강호정·김다준 학생 작품으로 급격한 기후변화로 해양 생태계 훼손에 따른 바닥 사막화를 막자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운동이 사회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새로운 해법으로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인 ‘블루카본(blue carbon)’이 주목받고 있고, 실제 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블루카본 생성을 위해 바다 바닥에 잘피(해초류) 숲을 대대적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다이버가 직접 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안전상 우려와 더불어 잘피를 낮게 심으면 식재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은 “잘피 이식 모빌리티는 벼를 심는 모판 이양기의 원리를 이용해서 바둑판 형식으로 잘피를 이식하기 때문에 다이버의 노동력을 감소시키고, 훨씬 효율적으로 바다숲 복원을 도울 수 있다”면서 “수중에서의 안정적 이동과 갈피 손상을 줄일 유선형 커버, 기기 잠수 시 압력차로 인한 잘피 손상 최소화 등의 효과를 얻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향후엔 메카트로닉스공학부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 생물과 장애물 인식 딥러닝, 자율주행 기능 등을 추가해 보다 효율적인 잘피 식재 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바다숲 복원을 돕는 잘피 이식 모빌리티’를 제작한 강호정·김다준 학생과 작품 사진
‘캡슐 분리가 간편한 캡슐 커피머신’(지도교수 홍주표)을 개발한 이한 학생은 캡슐 커피로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는 점에 착안, 캡슐과 캡슐 안의 커피 찌꺼기를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한 학생은 “캡슐을 배출하는 메커니즘에 지렛대를 적용, 사용자가 손잡이를 누르거나 당길 때 캡슐이 뒤집혀 배출된 후 플라스틱과 찌꺼기가 각각 분리될 수 있게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기기 상단도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비스듬히 제작하고, 작은 등도 설치해 감성적인 기능을 추가했다.
‘이끼를 활용한 친환경 실내용 공기정화 가습기’(지도교수 김성준)를 제작한 김이연·김수현 학생은 “실내공기에는 실외보다 오히려 다양한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 탄소를 저장해 공기정화 역할을 하고 물을 머금어 천연 가습 효과에 탁월한 이끼를 활용한 작품이다.
친근한 디자인과 더불어 외부 공기 질을 감지하고 관수 시스템에 이끼에 물을 공급하는 센서도 달았다.
▲‘캡슐 분리가 간편한 커피머신’을 제작한 이한 학생(왼쪽)과 ‘이끼를 활용한 친환 경 실내용 공기전화 가습기’를 제작한 김수현·김이연 학생(오른쪽)
디자인공학 전공주임 김성준 교수는 “4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디자인 및 공학 지식을 활용해 우수한 작품을 제작한 학생들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조형 능력을 겸비한 스마트제품 디자인 및 감성융합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 양성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자인공학과는 매년 8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대학교수를 비롯, 대·중소기업 소속 디자이너, 벤처 창업가, 정부 및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