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鄭秉錫)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bschung@kut.ac.kr>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을 가리지 않고 웬만한 대학들은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수백억원을 투자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현실은 고등학교 문과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법대에, 이과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의대에 간다. 법률 전문가와 의사만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아닌데, 이런 현상은 특정 분야에의 과도한 편중이고 국가적으로 심각한 자원 배분 왜곡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또 학생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상담 기회를 제공했는지 논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대학 동창(상과대학 무역학과)들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회사 임원, 대학 교수, 자영업, 공무원 등. 전공과 다르게 법대 교수나 판사, 수학자, 목사도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과 다른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학과 선택 전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다른 학과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직업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선택인데 당사자의 적성이나 흥미 등은 따져 보지도 않고 고교 성적에 맞춰 법대나 의대를 선택하게 한다. 이렇게 하고도 나중에 자녀들이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참으로 유감스럽다. 학생들에게 직업 선택권을 줘야 한다. 부모와 학교도 어릴 때부터 청소년들에게 직업에 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고, 체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1만여 개의 직업이 있고, 그 내용도 계속 변하고 있다. 대학의 학과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일 텐데, 고등학교 선생님들이나 학부모가 이에 대한 정보를 다 갖기도 어렵거니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때문에 간편하게 학교 성적ㆍ수능 성적과 맞는 대학ㆍ학과를 정해 놓고 그 선택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셈이다.
요새 초ㆍ중학생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하고 감성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한편으론 독특한 아이디어도 많고 자기 의사 표현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앞으로도 대학 진학할 때 법대나 의대 등 성적만으로 학과 선택(직업 선택)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초ㆍ중ㆍ고등학생들에게 직업 정보를 제공하고 체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업이다. 다행히 정부에서 종합직업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니 하루 빨리 학생들에게 이러한 선진화된 직업 서비스를 받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