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시대다. 지난해 62만명인 고교 졸업생은 2023년이 되면 40만명으로 줄어든다. 학생이 줄면서 대학들의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대학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학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경쟁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학들의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총장들에게 들어본다.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KOREATECH)의 자랑은 단연 높은 취업률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전국 대학 취업률'에서 85.9%로 1위를 차지했다. 역대 4년제 대학 최고 취업률이다. 취업생 중 90%는 전공과 관련한 기업에 취업해 '전공 일치도'도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산업계 관점 최우수 대학'에 선정되는 등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이란 평가도 받았다.
고용노동부가 설립·지원하는 국책대학으로 1992년 3월 개교했다. 컴퓨터공학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등 6개 학부 2개 학과에 재학생은 4200여명이다.
김기영(60)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한기대의 올해 취업자 가운데 59.3%가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 소위 '잘나가는 곳'에 들어갔다"며 "삼성그룹(계열사 포함)에도 100명 넘게 채용됐다"고 밝혔다.
대학 측이 각종 첨단 실험실습 장비가 있는 80여개 실험실습실을 24시간 개방하는 점, 로봇·자동차·컴퓨터·전자통신 등 산업계와 밀접한 분야 학부생은 전공과 연계된 졸업 작품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한 것도 높은 취업률로 이어졌다고 그는 밝혔다. 김 총장은 "실험실습을 강화하고 기업체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 및 실무 능력 향상에 교육의 초점을 맞춘 덕분"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와 함께 "우리 대학이 2012년 처음 도입한 '기업 연계형 장기 현장 실습 프로그램'(IPP)도 취업률을 높인 효자"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3~4학년 학생이 대학과 협약을 맺은 기업에 장기(4~10개월) 파견돼 전공 관련 업무를 익히는 제도다. 참여 학생은 기업체에서 월평균 100만원 정도 수당을 받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도 취득한다. 지난해까지 700여명의 한기대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올해 350여명이 204개 기업에 파견된다.
대학 구조조정 시대의 생존 전략에 대해 김 총장은 "졸업 후 취업과 창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전공 심화 과정 등 특성화된 교과과정을 운영해 구조조정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4학년 학생들은 전공과 관련된 창의적 아이디어를 담은 졸업 작품을 만들도록 10주간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도울 생각"이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이 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엔지니어로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 능력인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적극 반영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집중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8대 총장이 된 김 총장은 개교 24년 만의 첫 교내 출신 총장으로 1997년 한기대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로 부임한 뒤 능력개발교육원장, 교무처장, 대학원장을 거쳤다.
그는 "'공대생 하면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고 개인주의적이다'는 편견이 있는데 우리 대학은 '나'보다 '우리'를 우선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 직원들과 소통한다는 김 총장은 선후배, 친구 간 화합을 위해 힘쓰고 공동체 정신 함양에 기여한 학생에게 주는 '나·우리 장학금'도 만들었다. 시험 기간에는 총장이 학생회 임원과 만든 김밥 등을 학교 주변 원룸을 돌며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총장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