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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중동 간 청춘들 … ˝UAE 대학생들 가르치며 창업감각 키워요˝
한국기술교육대 2·3학년 7명 IT 전공 살려 컴퓨터 등 강의 얼린 밥 녹여 먹으며 문화체험 “중동 공략 아이템 찾았어요”
등록일 : 2015-04-22
조회수 : 232





한국기술교육대 3학년 오성환(22·메카트로닉스공학부)씨가 전기전자학과 수업에서 현지 무슬림 학생들의 실습을 돕고 있다.

사막 사이에 난 아스팔트 도로를 승합차가 달렸다. 차량 온도계는 섭씨 32도를 가리켰다. 지난 15일 오후 1시(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에 내려 아부다비로 향하는 길 양편엔 나무 한 그루 없다. 두 시간가량 달리자 우뚝 솟은 최신 건물 3개 동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유리 건물 꼭대기에 UAE 국기가 펄럭인다. 국왕이 세운 과학기술특화대학 아부다비폴리텍이다.

학교 건물로 들어서자 딴 세상이다. 에어컨을 튼 실내 온도는 18도. 이슬람 전통 복장인 흰 칸도라 차림의 남학생들이 로비를 오간다. 여학생들은 검은 아바야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둘렀다.

 컴퓨터 수업이 한창인 2층 강의실. 얼굴만 내놓은 여학생 5명이 분주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강단엔 교수라고 하기엔 앳된 한국 대학생이 영어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코리아텍) 재학생 김병찬(31·컴퓨터공학부 3)씨다. 지난 2월부터 이 대학 강사로 근무 중이다.

 코리아텍은 2011년부터 기계·전자·컴퓨터공학 전공 2~3학년생을 학기당 5~8명씩 이 대학에 파견하고 있다. 해외 취업·창업 감각을 키워주자는 취지다. 옆 강의실에선 오성환(22·코리아텍 메카트로닉스공학부 3)씨가 전기전자학과 실습을 돕고 있다. 전압측정 기계를 다루던 메이손(19·여)이 말했다. “처음엔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장비도 능숙하게 다룹니다. 늦게까지 모르는 부분을 짚어준 선생님 덕분이에요.”

 한국 대학생들은 물리·수학 등 기초과목을 가르치거나 실습을 지도한다. 7명이 파견돼 있는데 6개월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월 170만원을 받는다. 앤서니 에드워드 아부다비폴리텍 에너지공학부장은 “교수들이 시험감독부터 일대일 지도까지 한국 학생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지를 찾은 김기영 코리아텍 총장은 “한국 학생들이 중동에서 영어로 전공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고 화답했다.

 16일 오전 8시 한국 학생용 기숙사. 부엌에 압력밥솥과 참기름·고추장이 놓여 있다. 냉동실엔 얼린 밥과 뭇국이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 “여기 학생들은 요리사가 딸린 저택에서 자가용을 타고 등교합니다. 저희요? 한국음식을 만들어 얼려놨다 녹여 먹습니다.”

 사무실에서 기말고사 시험지를 채점하던 권미정(21·여)씨는 자신이 경험한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여학생은 외국인 남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입학할 수 있어요. 학교 시험 때 커닝을 많이 하는데, 내세를 위해 덕을 쌓아야 해 시험 볼 때도 서로 돕는다고 합니다.” 정하림(23·여·디자인공학 3)씨는 현지 창업을 생각 중이다. “그는 고급 인테리어나 유아용품을 공략하면 현지 여성들의 관심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신진 기자 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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