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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문] 필리핀 동계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등록일 : 2011-02-17
조회수 : 8,064
 

 

 

 

필자는 지난 1월 길지만 짧았던 필리핀에서 12일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짧은 옷을 입고도 덥다며 바람을 찾고 태양을 등지던 내가 아무렇지 않게 두꺼운 옷을 입고 바람을 피하며 태양을 쫓는다. 필리핀에서의 나날들이 한낱 꿈인가 싶을 정도로 나는 무섭게 우리나라에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지냈던 아이들은 잘 있을까?

  처음 봉사활동의 일원이 되었을 때만 해도 단순히 해외에 간다는 기대감에 젖어 정작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잊고 그저 신나 열심히 즐길 준비만 했다. 하지만 필리핀에 가서 빈곤지역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꼈을 때, 나는 너무 놀라웠다.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 진다는 마닐라만의 반대편에는 고얀 냄새가 진동하고 물위에 지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과 쓰레기가 쌓이고 쌓여 그 위에 지은 집에는 개와 고양이가 넘나들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쓰레기와 함께 살고있는 그들이 있었다. 이 열악한 상황이 너무 안쓰럽고 마음 아팠지만 그 곳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가득 머금고 모두가 우리에게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우리들은 분명 그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 살고있고 쓰레기 더미를 들추며 살 일도 없지만 우리의 웃음보다 그들의 웃음에 더 큰 행복이 묻어 있었다. 바세코에서도 사와따에서도 그들의 환한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에 보이는 모든 집들이 바세코와 사와따에서 보았던 집들과 크게 비교되었고 필리핀 사람들 조차도 바세코와 사와따의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나도 내 주변에 이런 환경의 사람들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반성하게되었다.

  필리핀의 심각한 빈곤지역을 견학하고 난 뒤, 내가 활동하게 될 곳은 어디가 될까 걱정을 많이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봉사할 곳은 생각보다 환경이 좋은 타워빌 지역이었다. 바세코와 사와따에서 극한의 빈곤을 보고와서인지 그저 시멘트 바닥위에 건물이 있는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빈곤지역 보다는 더할나위 없이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 그 좋은 환경 속에서 우리 조의 봉사활동으로는 타워빌 초등학교의 담장 페인팅을, 교육활동은 제기 만들기 활동을 맡았다. 먼저 봉사활동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엔 흰 색으로 벽을 페인팅하고 다음에는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벽에 예쁜 옷을 입혔다. 그에 반해, 내 옷은 하루에 많은 시간을 벽을 보고 둥근 롤러를 수십번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페인트가 많이 튀어 다시 입을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옷이 되었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벽화가 완성되고 더욱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는 벽을 보면서 마음은 어느 때 보다 기쁘고 신났다.

우리가 일을 할 때마다 주변 어린이들이 주변에 둘러싸여 있었고 우릴 향해 “안녕하세요”, “안녕”, “사랑해” 등의 인사를 하면서 사인을 원하며 격렬한 관심표현을 해주었다. 처음엔 ‘내가 왠 사인을..’이라며 이런 관심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점차 내 사인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의아함을 갖으며 현지에 적응했고 나중엔 오늘이 마지막 말이라고 말을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진 아이들도 생겼다. 페인팅 봉사활동과 함께한 교육 활동으로는 제기를 만들고 직접 차는 활동을 준비했다. 제기가 필리핀의 ‘sipa’라는 놀이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아이들이 한국의 전통놀이라고 설명을 했을 때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이내 곧 잘 차고 놀았다. 햇빛이 쨍쨍 우릴 향해 비추고 더웠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참여해주었다.



  또한, 단 하루뿐이었지만 홈스테이를 하면서도 어린 아이들과 통하는 것은 원더걸스 뿐이었고 그 날 밤, 나는 몇 번의 춤사위를 좁은 집 안에서 그리고 길 가에서 선보였는지 아직도 원더걸스 ‘Nobody'노래가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할까 움찔한다. 생각건대 홈스테이를 가기 전에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면 나는 그들에게 무례한 한국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필리핀에 오기 전부터 각 조가 준비한 주제발표로 필리핀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필리핀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홈스테이를 했기에 서로 마음이 잘 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활동 마지막 날 골든빌 하이스쿨에서 열린 마을 축제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우리 조는 태권도를 변형한 태권무를 준비했다. 필리핀에 가기 전부터 틈틈이 만나 태권도 연습을 하고 필리핀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꾸준히 연습했지만 태권도를 제대로 배웠던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많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모습 발전된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우리는 모두 한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다. 첫 날 우리를 환영하는 골든빌 하이스쿨의 학생들의 춤사위가 정말 인상깊어서 걱정을 가득안고 시작했지만 다들 즐겁게 연습하고 이런 시간들이 우리 조가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기회인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기분이 좋다. 그렇게 걱정도 기대도 많이 한 마을 축제에서 완벽하진 못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 아쉽게 마지막에 조장 오빠가 다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오빠가 수고했다며 격려해주었을 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진짜 우리 봉사활동도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 일정의 첫 날, 산티아고 요새에서 우리가 이렇게 멀쩡한 모습과 여유로운 미소는 이 날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쉴 틈없이 사진찍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웃고 즐기며 활동을 마쳤다. 활동을 하며 중간에 기업방문도 하고 총장님도 뵙고, 그 날 저녁은 꿈만같은 찰진 밥에 맛있는 김치, 눈물젖은 삼겹살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평생 그 때 먹었던 밥만큼 감질 맛 나는 밥도 없을 것 이다. 에코투어로 따가이따이 커피농장에서 커피도 수확해보고 생각보다 정말 맛이 없었던 코코넛과 충격적이었던 찐 바나나도 먹어보고 따알호수에서는 휘몰아치는 바람에 끝내주는 장관을 볼 수 있었던 참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분명 우리 모두는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베풀고 봉사하러 그 곳에 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더 많이 얻고 배웠던 시간이 되었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언니 오빠 친구를 얻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값진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푸른아시아, 학생지원팀, 현지 캠프, 타워빌 현지인 분들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평생 살면서 필리핀 휴양지에서 마닐라만의 멋진 석양을 바라볼 순 있겠지만 그 반대편에 미소가 예쁜 그들과 함께할 수 있고 빈곤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가깝게 느끼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던 그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함께 봉사를 했던 여러 학우들과 필리핀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도 서로 그 날들을 기억하며 좋은 인연 유지하고 싶고 어디를 가도 예쁜 꽃과 멋진 나무가 있는 달이 밝은 그 곳을 마음 속에 다시 한 번 새기며 끝으로 다시 한 번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재학생 홍보대사 유지선 (컴공.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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