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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 KOREA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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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정병석 총장 에세이] 로즈헐만공대 (2/1일자)
등록일 : 2008-02-01
조회수 : 5,051


/ 정병석 <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bschung@kut.ac.kr  >

사람 키는 발바닥에서 머리 끝까지의 길이로 잰다. 남자 키로 157㎝밖에 되지 않아 항상 고민하던 어떤 이가 생각을 바꿨다. "키를 꼭 그렇게 재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오히려 하늘에서부터 머리까지의 거리를 재면 내 키가 누구보다도 더 크지 않느냐?" 그렇게 발상을 바꾸니 자신감이 생기고 웃음을 되찾아 이제는 웃음을 전파하고 고통을 치료하는 유명한 웃음전문가가 됐다.

요즘 대학에 대한 평가에서는 SCI급 논문을 얼마나 많이 게재하느냐, 또 그 논문이 얼마나 인용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대학마다 연구논문 쓰기에 매달린다. 미국의 로즈헐만 공대는 이러한 흐름에 맞서 "대학의 첫 번째 사명은 연구논문이 아니라 학생교육에 있다. 대학은 학생을 최우선시해 교육해야 한다"는 철학을 정립했다.

교수들은 연구논문보다 학생들의 교육성과에 더 비중을 두어 평가받는다. 실험ㆍ실습도 조교에게 시키지 않고 교수가 직접 담당하며 교수는 강의실과 실습실 등 언제 어디서나 학생들의 수업ㆍ실습, 기타 활동을 우선적으로 지도하게 돼 있다. 교수와 학생 간 긴밀한 접촉이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다.

일반인이 들으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 대학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교수가 계속 연구해야 더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겠지만, 연구논문에 집착하다 보면 강의준비나 학생지도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연구와 교육을 모두 다 잘한다는 것은 뜻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로즈헐만 공대는 인디애나주 시골의 작은 도시에 있고 학생 규모도 200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지만, 미국 공대 학장들이 뽑은 최고의 공학교육부문에서 8년 연속 1위를 하고 있는 명문대학이다. 이 학교는 공학교육혁신의 모범 사례로 최근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되고 있다. 비록 신입생의 자질이 우리가 익히 아는 초일류 대학은 아니지만, 4년의 학부 교육과정을 통해 최고의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유명하다. 우리 학교와 교육제도나 교육방법 등이 매우 유사해 우리는 그 성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이 될 필요도 없고 될 수도 없을텐데, 우리나라는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에 맞는 평가의 틀을 일반 대학에도 획일적으로 적용하려니 많은 왜곡이 발생한다. 우리의 교훈은 학부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교수와 학생 간 긴밀한 지도를 토대로 학생을 최우선시 해 교육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역량은 그 과정에서 배양되고 대학원에 가서 꽃이 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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