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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 KOREA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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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만2천여가지 ‘직업의 세계’ 바로 알아야 제대로 가르치죠
등록일 : 2008-02-04
조회수 : 4,876

[한겨레] 1만2천여가지 ‘직업의 세계’ 바로 알아야 제대로 가르치죠
 

▲ 진로교육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몰라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월 23일 충주 수안보에서 열린 ‘2008년 중등교원 진로지도 전문화 교육’ 현장. 
 
진로지도 담당교사 연수 현장

“30대 중반 의사인데 진로 상담을 왔어요. 명문대를 나왔고 누가 봐도 좋은 직업을 가졌죠. 그런데 본인은 고통스러워합니다. 적성에 안 맞는 걸 그제야 안 거죠. 이제 와서 다른 길을 택하는 게 쉽겠어요? 직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진학만 좇다보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기술교육대 강혜영 교수(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진로 및 직업상담 전공)가 명문대 졸업생의 진로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여러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시작했다.


진로지도 고군분투하던 교사들

경험 나누고 토론하며 ‘답’찾아


강의 시작 40여분이 지났을까. 강 교수가 경험담을 말해 보자고 하자 한 교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반에서 늘 45등을 하던 아이에게 격려 삼아 노래 실력을 칭찬해주었는데 “가수가 될래요” 하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공감하는 얘기들이 터져나왔다. “연예인 된다는 녀석이 한둘이 아니에요. 어떻게 설득을 할지 모르겠다니까.” 곧 이어진 모둠별 토론 시간, 한 모둠에서는 이렇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학생을 상담할 방법들이 나왔다.


“먼저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다음 혹 이게 현실 도피성 선택이 아닌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왜 그 일이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물어보고 학생 스스로 그 이유를 종이에 적어보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광신고 조병관 교사) “가능하다면 관련자들을 만나게 해서 일의 고충을 알게 하는 것도 좋겠죠.”(안양 인덕중 김창미 교사)


지난 1월7일부터 25일까지 수안보에서 열렸던 ‘08년 중등교원 진로지도 전문화교육’ 현장. 변변찮은 진로교육이 없는 학교에서 고군분투하던 교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해법도 챙겨가는 자리다. 이 연수는 한국고용정보원이 2004년부터 방학을 이용해 실시해 왔다. 중ㆍ고교 진로지도 담당 교사들에게 진로상담 및 직업지도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정확한 진로 정보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올겨울에도 3주간 240명이 교육을 받았다.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받는 연수는 매년 신청 경쟁이 뜨겁다. 올해는 신청 시작 2분 만에 마감이 됐다.


ㅈ고등학교 이아무개 교사는 “학생들에게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현재 중ㆍ고교에서 전문 진로상담 교사를 둔 학교는 손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학교가 미술, 음악, 과학 등 수업 시수가 적은 교사에게 떠넘기기 식으로 진로지도 및 수업을 맡기고 있다.


생각지도 않던 과목을 맡게 된 교사들은 대개 당황한다. 갑자기 수업까지 맡게 된 교사는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진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학교는 진학만큼 진로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 자습이나 논술을 권하는 학교장들도 많다.


“<진로와 직업>만 끝내면 한 주가 다 간 것처럼 마음이 편할 정도예요. 그런 제 모습이 싫었고,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죽을 것 같았죠.”(ㅅ고등학교 ㅁ아무개 교사) 이런 교사들 사이에서 “이 연수를 들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2004년부터 한국고용정보원의 진로지도 교육을 받은 ‘선배’들의 지도 사례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적성검사 및 직업 심리검사를 해석하는 방법부터 직업정보 활용 방법, 수업 시간을 이용한 진로지도법 등 대개 교실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이동욱 책임연구원은 “‘교과서식’ 진로지도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제공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강사진도 고용정보원의 연구원부터 각 대학의 직업 및 진로 관련 학과 교수진, 학교 진로 상담실을 운영하는 교사까지 폭넓게 구성했다. 단순 듣기 강의가 아닌 참여형 강의가 많다. 난우중 박래광 교사는 역할극에 참여해 학생 처지가 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들은 두 가지만큼은 똑똑히 알고 간다고 했다. 좋은 학교 진학 하는 것이 학생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주지만은 않는다는 것, 진로교육은 매우 일상적인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진로교육센터 고재성 부연구위원은 “1만2000여 직업 가운데 학생들이 아는 직업은 불과 30여개일 것”이라며 “제대로 된 직업 정보를 수집ㆍ제공하는 것부터가 교사 개인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진로지도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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