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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입학 = 취업… 현장중심 실사구시형 공학인재의 산실”
<총장, 대학의 비전을 말한다> 전운기 총장 인터뷰
등록일 : 2010-08-19
조회수 : 1,637

충남 천안 부대동에 자리 잡은 우리 대학 제2캠퍼스 산학협력단에 가 보세요. 천안·아산에 있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LCD 본사와 협력업체 신입·중견직원 등 연인원 2만여명이 전기전자 등 27개 분야에서 OJT(직장교육훈련)를 연중 받고 있습니다.” 2008년 취임해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전운기(56) 한국기술교육대(이하 한기대·충남 천안시 병천면) 총장을 지난 16일 총장실에서 만났다. 행정고시(23회) 출신이지만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을 만큼 탁월한 공학 마인드의 소유자인 그는 한기대가 기존의 한국 공대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천공학의 세계적 명문대학’이라는 대학 비전 실현 의지가 확고했고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대학의 책임자답게 ‘실사구시형 공학인재 양성이 곧 애국’이라는 믿음도 강했다.

[인터뷰=김창희 전국부 기자]

―한기대 하면 우선 취업명문대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공학 중심으로 7개 학부 1개 학과에 4400명이 재학 중인 한기대는 지난 1992년 정부(노동부)가 전액 출연한 특성화대학입니다. 내년에 개교 20주년을 맞는 우리 대학은 결코 크지는 않지만 ‘입학=취업’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로 탁월한 취업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대학 소개로 말문을 연 전 총장은 ‘취업명문대’의 진면목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학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기준 91.5%의 취업률을 기록했습니다.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이 67%니까 25%가량 높은 셈이죠. 모 언론사 대학 평가에선 2008년, 2009년 2년 연속 취업률 전국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취업자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취업의 질도 높습니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 취업률이 36%나 됩니다. 정규직 취업률만 따져도 69%니까 전국 대학 평균 3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특히 정보기술공학부 전자전공의 올해 졸업생들은 100% 취업이란 성과를 냈습니다. 취업을 위해 각종 임용고시에 매달리거나 전공과 무관하게 엉뚱한 분야로 팔려 나가는 등의 ‘전공 미스매치’ 현상도 한기대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난 6월 현재 한기대의 순수 취업률은 90.6%로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한기대만의 차별화된 교육 특성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공대 대다수가 이론 위주의 교육에 치우친 나머지 기업이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실험실습 비율이 50%입니다. 설계, 제작, 가동, 평가 등 전 과정을 학생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익힐 수 있도록 첨단실습장비가 구비된 70여개의 lab(실험실습실)을 24시간 가동합니다. 사립대의 경우 한기대 수준의 실험실습 장비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우리 대학은 정부 지원으로 국내 최상의 실습 장비를 갖추고 있어요.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해도 아무 어려움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는 비결입니다. 또 다른 비결은 협업(Co Work)을 통한 졸업작품 의무 제출제도입니다. 학과 공부와 별도로 4학년 1년간 학생들끼리 팀을 구성,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졸업작품을 만들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도록 합니다. 다른 전공 학생도 참여해 융합기술까지 적용합니다. 유수의 기업들이 우리 대학 졸업생을 앞다퉈 뽑아 가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 총장의 권유에 따라 여름방학인데도 24시간 돌아가고 있는 공학관 강의동을 찾았다. ‘전자설계제작실’에 들어가 1m 크기의 ‘감성 로봇’을 한창 제작 중인 전자공학과 학생 4명을 만났다. 강전진(22·전자공학 4년)씨는 “3학년 1학기 때 교수님과 상의해 말하고, 보고, 듣고, 표정 짓고, 움직이는 감성 로봇을 졸업작품으로 정하고 다른 3명의 친구들과 1년 가까이 관련 특허 조사, 설계, 제작까지 스스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자동차공학실습실에선 기계정보공학부 학생 10여명이 하이브리드카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방학 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한기대의 다양한 실습 공간들은 스스로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경험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변신해 가는 산실인 셈이다.

―총장께서는 ‘실천공학교육’을 유독 강조하시는데.

“실천공학이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현장형, 실무형 공학교육을 말합니다. 급변하는 기술에 걸맞은 공학도를 양성해 대학과 기업 현장의 괴리를 없애자는 것이지요. 실천공학 기술인재는 산업 현장에서 현장 혁신을 주도하고 최적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학습지도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말합니다. 기술변화가 급격한 산업 현장 추세에 맞게 자기 주도형 공학인재를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한기대의 이 같은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실천공학학회도 출범했다. 전 총장은 “한기대가 실천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공학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세계에 전파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반드시 산업체나 연구소 경력이 있는 사람만 교수로 임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산업 현장의 트렌드와 지식을 전달해 주기 위해 그럴 자격과 능력이 있는 교수진을 모시는 게 중요합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 관련 산업체나 연구소 경력을 가진 사람만 채용하고, 임용 이후에도 3~4년마다 기업체에 교수를 반년씩 파견해 최신 기술 동향과 연구 경험,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돌아오는 ‘현장연구 학기제’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의 역량 못지않게 한기대의 교육 여건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재학생의 73%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고 등록금도 국립대 수준으로 공학계열이 학기당 275만원, 유일한 문과계열 학과인 산업경영학부가 193만원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학생 충원율 1위, 기숙사 수용률 3위,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 3위 등 각종 교육 환경이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고용노동부 산하 대학으로 책임감도 막중할 텐데요.

“사회적 이슈인 ‘청년 실업’ 해소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제2캠퍼스 내 능력개발교육원, 산학협력단, 첨단기술교육센터 등을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재직자들의 능력개발과 산학협력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직업훈련교사 자격증을 갖도록 하고, 전국 직업훈련교사들의 각종 연수와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기술이전연구소를 중심으로 그동안 이란, 르완다, 이집트 등을 상대로 직업훈련 지원사업과 인적자원 개발사업을 활발히 벌이는 등 ‘주요20개국(G20)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자랑할 만합니다. 통일 시대에 대비, 북한 노동력에 대한 직업훈련교육을 통해 ‘경제적 통일’을 이루는 데도 역할을 충분히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개교한 지 20년이 채 안 된 후발 대학으로 아직 대학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느낌입니다.

“옷 주머니에 항상 20장 정도의 학교 홍보 리플릿을 들고 다닙니다만, 지방대라는 핸디캡과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이 4000여명에 불과해 사회적 인지도는 아직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입학생 수준이 지난 2007년 전국 상위 18.2%에서 올해 16.4%로 상승하는 등 한기대에 대한 평가가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상위권 인재를 받아 최고의 인재로 배출하는 한기대의 특성화된 장점이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브랜드 가치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chkim@munhwa.com

전운기 총장은 누구?

‘S² Education’ 주창자… ‘밥 퍼주는 남자’로 유명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S² Education’의 주창자다. Success(성공)와 Share(나눔)를 겸비한 인재, 즉 자기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항상 소외된 사람을 생각하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품성을 겸비한 인재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철학이다.

한 달에 한 번 학생식당에서 직접 배식을 담당해 ‘밥 퍼 주는 남자’, ‘앞치마 두른 총장’으로도 불린다. 부인 역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에 머물며 중국인 학생들을 위해 무보수 말벗 봉사를 한다. 전 총장은 “빌 게이츠가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세계적인 거부여서가 아니라 기부를 통해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따뜻한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한기대 학생들도 농촌 기술봉사와 몽골 해외봉사 등을 통해 나눔의 소양을 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1954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난 전 총장은 서울 한영고, 고려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와 명지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23회) 출신으로 경인지방노동청장,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장, 서울지방노동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일견 ‘수줍은 소년’ 같은 인상이지만 관료 시절 암 판정을 받고도 의지로 건강을 되찾은 외유내강형의 성품을 갖고 있다. 2008년 8월 총장에 취임한 이후 경직되기 쉬운 이공계 인재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정기적으로 캠퍼스에 오페라 초청 공연을 유치하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이후에는 강의를 하지 않고 ‘휴먼 아카데미’라는 인문사회 특강을 마련하는 등 인성교육에도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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