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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교수는 3년마다 산업현장 근무, 학생은 이론·실습 5:5 수업
대한민국 1등 ‘취업사관학교’ 한국기술교육대의 비밀
등록일 : 2014-09-04
조회수 : 232




천안시 병천면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가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2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개교한 지 23년밖에 안 된 데다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이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비결은 뭘까. 기업이 원하는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교육의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코리아텍의 차별화된 취업교육 시스템을 알아봤다.

글=강태우 기자 , 사진=채원상 기자

한국기술교육대 자동차실습실에서 진행된 무인자율주행자동차 연구 수업 모습. 기계공학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유치환 교수(왼쪽에서 셋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코리아텍 자동차실습실. 기계공학부 학부생과 대학원생 예닐곱 명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치환 교수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 기울여 들으며 필기하는 학생들의 눈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 수업 내용은 무인자율주행자동차 연구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구분 없이 각종 장비를 이용해 실습하고 강의를 듣는다. 이 학부 취업률은 91.3%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취업 대상자 92명 가운데 84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전공별 취업률이 전국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다.

취업자 575명 중 59%는 대기업·공공기관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자리한 코리아텍이 전국 최고 취업률을 보이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전국 대학 취업률’에 따르면 코리아텍은 85.9%를 기록해 4년제 대학 역대 최고 취업률을 나타냈다. 취업 대상자 669명 중 575명이 취업한 것이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건강보험공단의 직장건강보험료 납입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대학 취업률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코리아텍의 취업률은 전국 4년제 대학 중 매년 1,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81.1%로 1위, 2011년 79.6%(2위), 2012년 82.9%(1위), 지난해 81.8%(2위)였다. 올해 취업률 85.9%를 합해 지난 5년 평균 82.3%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취업자의 59.3%는 대기업·공기업·공공기관에, 40.7%는 중견·중소기업에 들어가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화된 공학교육 모델이 강점

코리아텍의 높은 취업률은 차별화된 공학교육 모델에서 나온다. 이론과 실험실습을 5대5로 균형 있게 배분해 기업이 요구하는 전공실무능력 향상에 초점을 둔 모델이다.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대학교육의 표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아텍 출신 취업자의 전공 일치도(전공에 맞는 취업)가 89.1%에 이르는 게 이를 증명한다.

 코리아텍은 각종 첨단 실험실습장비를 갖춘 80여 개의 실험실습(LAB)실을 24시간 개방해 학생들이 언제든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로봇·자동차·컴퓨터·건축 분야에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졸업연구작품 제출도 의무화해 창의적인 종합설계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게 한다.

 코리아텍 학생은 다른 대학 학생보다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실험실습 시간도 다른 대학보다 4년간 평균 800시간 많다. 이에 따라 교수가 학생을 지도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교수진은 국내외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3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로 이뤄졌다. ‘교수 현장 학기 제도’를 운영해 교수는 3년마다 한 학기씩 산업현장에 나가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정보를 얻고 돌아와 학생을 가르치는 점도 특징이다.

코리아텍은 학생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경력개발장학금을 지급한다. 경력 개발을 위해 각종 어학시험·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할 때 전형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잡카페 다온(DAON) 운영 ▶연간 1000건 넘는 취업전문가 상담 ▶학과별 취업캠프 운영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하는 랩실별 취업멘토링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서 학점 따고 돈 벌고

취업률을 높이는 또 다른 원동력은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IPP) 제도다. 3~4학년생이 전공에 맞는 기업에서 최장 10개월간 파견근무를 하면서 전공능력을 키우고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게 하는 제도다. 파견된 학생은 최대 15학점과 매월 100만원의 수당을 기업으로부터 받는다. IPP제도는 다른 현장실습 제도와 차별화되는 체계적인 한국형 산학협동교육(Co-op)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코리아텍은 2012년 132명, 지난해 241명, 올해 330명(예상)의 3~4학년생을 기업에 파견했다.

 IPP제도는 취업률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6월 현재 취업자 가운데 IPP 경험자의 취업률은 88%로 비경험자 취업률 84%보다 4%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중소기업 취업률에서는 IPP 경험자가 56%로 비경험자 42%에 비해 14%포인트 높았다. 이 때문에 IPP제도는 대학 입장에선 학생의 취업 역량을 기르고 진로 설정을 도우며, 기업의 경우 인재를 사전에 검증해 인력 채용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학생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2012~2014년 703명의 학생이 기업에서 받은 수당은 33억7000만원(1인당 평균 479만4000원)이다. IPP 제도가 일석삼조 효과를 올리는 셈이다.

건축공학부 학생들이 다리오 패드라비시 교수(왼쪽)와 함께 건축 모형을 보며 수업하고 있다.

창의융합제조센터, 자기주도형 학습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제조 회사인 콘티넨탈 오토모티브에 지난 3월 취업한 정창오(26·기계공학부 졸)씨는 “코리아텍에서 배운 전공지식이 제품 특성과 제조 원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모교의 특화된 교육 덕분에 직무와 업종 선택을 구체화하고 현장 실무를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률이 워낙 높지만 짜임새 있는 교육 시스템 때문에 대학원을 선택하는 학생도 많다.

 진경복 기획처장은 “올해 취업률 전국 1위는 지난해 시작한 IPP제도를 통한 현장중심 교육과 최첨단 공학시설·장비가 구축된 창의융합제조센터에서의 자기주도형 학습, 학제 간 융합을 실현한 결과”라며 “무엇보다 학생·교수·교직원이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한 점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대학 취업률 조사 기준

교육부는 매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취업률을 조사해 발표한다. 자료는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건강보험 DB 연계 취업통계다. 대학 졸업 후 입대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직장건강보험료를 내는 취업자만 집계한다. 대학은 졸업생에 따라 ‘가’(졸업생 3000명 이상), ‘나’(2000~3000명 미만), ‘다’(1000~2000명 미만), ‘라’(1000명 미만) 그룹으로 분류된다. 한국기술교육대는 올해 졸업생 761명으로 ‘라’ 그룹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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