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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 KOREA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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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교수 칼럼] ‘공유의 비극’ 극복한 비정규직 해법
등록일 : 2006-12-27
조회수 : 6,143
‘공유의 비극’ 극복한 비정규직 해법
[국정홍보처 | 2006-12-24 12:52]

4년여 만에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보호법은 노사정간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다. 사회 양극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고용감소나 더 나쁜 일자리로 전락하는 것을 막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의된 것이다. 노동부와 국정브리핑은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달라지게 될 노동시장의 변화와 비정규직 차별개선 내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산업경영학부

최근 비정규직 입법이 마무리되면서 정부는 그 후속조치 마련에 노력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 및 경영계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항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법안 중 노사의 쟁점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노사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제는 노사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데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경제문제 중의 하나는 시장참여자들의 자율적인 조정이 실패하는 경우이다. 경제학 이론은 이를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une)’ 문제로 설명한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한 시점에 모직산업의 기계화가 진전되면서, 모직사업은 당시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으로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양모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부들은 양을 경쟁적으로 사육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당시 초지는 마을 공동소유(commune)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꾸는 사람은 없고 사용하는 사람만 많게 되어, 결국 급격히 수가 늘어난 양은 초지를 금세 황폐화(tragedy)시키게 된다. 못쓰게 된 초지에는 감자 등의 작물조차 자라지 못해 그 유명한 ‘감자기근(potato hunger)’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고, 당시 철학자인 토마스 모어는 이를 두고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고 한탄한 바 있다.

“초지가 황폐화되면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초지를 분할 소유하고, 각자의 초지에 울타리를 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울타리를 친다는 뜻의 ‘인클로우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다.

인클로우저는 개인의 재산권 확립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로써 농부는 자신의 책임하에 양의 숫자를 조절하거나 초지를 가꾸는 등의 노력을 하게 되어 초지를 남용하지 않기 되었다.

이 역사적 사건은 공유의 비극 문제가 발생하면 구성원 모두가 공멸하게 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혹은 사회가 개입해서 시장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물적자본이나 지식자본의 경우 공유의 비극 문제는 재산권(property rights)을 확립하게 되면 해결될 수 있다. 개별 재산권자가 자신의 자산을 훼손하면 시장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인적자본)의 경우는 소유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므로 재산권을 확립하는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는 노사가 지켜야 하는 규율(rule)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노동법이다.

최근의 비정규직관련 입법은 바로 공유의 비극을 막기 위한 공동체적 노력임을 노사는 우선 이해해야 한다. 즉, 개별 사용자가 일시적 활용만을 위해 비정규 근로자를 차별하거나 남용하게 되면, 경제 전체의 인적자원개발이 위축되고 고갈되어 결국 노사 모두가 공멸하는 비극으로 귀결 된다.
한편 지나치게 비정규 활용을 규제하는 경우에는 기업의 국내 활동이 위축되어 실업문제가 발생하는 등 국가경쟁력이 훼손된다. 따라서 비정규 입법은 우리나라에서 비정규 근로의 보호와 활용을 조화하려는 지혜의 결과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노사간 쟁점인 기간제 근로(혹은 파견근로)의 경우 2년 이상 사용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혹은 직접고용의무)하는 현 법안을 살펴보자.

계속 고용의 확신이 없는 대부분의 기간제 혹은 파견 근로자는 2년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마음은 현 직장을 떠나고, 새 직장을 찾게 된다. 노동계는 이를 고용불안 확대라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지나친 규제 때문에 생산성 저하가 나타난다고 비판한다. 이 두 주장은 각각의 입장에서는 일리가 있고, 공유의 비극을 막기 위한 질서의 재조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차별시정과 경쟁력확보를 위한 최선의 절충


가령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려 이 문제를 완화하거나, 아니면 사용기간 규제를 비정규직 사용 사유에 대한 규제로 전환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일자리를 희생해야 하고, 전자의 경우는 규제효과가 미미하여 두 대안 모두 공유의 비극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2년이라는 기간제한은 우리 공동체가 선택한 최선의 절충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비정규직 법안의 핵심은 차별금지 조항이다.


실제로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이 없어진다면, 비정규직을 장기간 사용해서 발생되는 문제의 대부분은 해결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전형적인 비극의 공유이기 때문에, 특히 사용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차별 해소를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노동계 역시 정규직의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해소되는 시점에서 2년 사용기간 제한은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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